Platonic Glow (2015)
최소단위에 대한 나의 집착은 컴퓨터의 픽셀에서 부터 물체를 이루는 최소의 단위인 점, 선, 면, 입체로 이어지고 있다. '현상은 복잡하나 법칙은 단순하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말처럼 복잡해 보이는 것도 따져 들어가면 단순한 요소들이 모여 반복되면서 다양한 관계와 연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육각형의 변형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눈의 결정체도 한 예라 할 수 있다. 점이 반복되면 선이 만들어 지고 최소의 선이 모여 만들어지는 도형이 삼각형이다. 입체 중 최소의 면을 가질 수 있는 입체가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사면체이며 사면체 중에서도 정사면체는 모든 변의 길이가 같아 안정적이며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플라톤은 정다면체를 물질의 궁극적인 원소들과 연관시켜 불, 물, 공기, 흙에 비유하며 현실세계를 이루는 요소로 생각하였고, 구성하는 삼각형의 결합방식이 바뀌면 다른 구조로 변환된다고 하였다. 조형의 최소단위를 조합, 변형, 구성하는 방법에 따라 복잡한 규칙과 원리가 파생되고, 그 안에 "좋음" 이 있다고 생각한다.
빛은 생명을 불러일으키며 사물이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물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정다면체 안에서 빛은 작은 벌레처럼 움직인다. 발광하는 벌레는 무한한 순환 속에서 태어났다 사라지고 그러면서도 면면히 이어지는 불완전한 생명체와 유사하다. 뼈대를 드러낸 완고한 정다면체는 그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빠르게 흐르던 빛은 꼭지점에 이르러 어두워지기도 하고 선을 뚫고 나온 빛은 가상의 면을 이루기도 한다. 고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프레임과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변화하는 빛이 대조를 이룬다. ● 작은 방과 대청마루로 이루어진 문화상회의 한옥이 빛을 이용한 미디어 설치작업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독립적인 각각의 방도 미닫이문을 밀면 'ㄷ'자로 변환되는, 하나의 연결된 순환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